식물과의 대화법

[베란다 정원] 내 정원의 토양은 안녕하신가요?

아타카_attacca 2022. 5. 2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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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향 우리 집은 작지만 햇볕을 가득 끌어 담는 베란다에 작은 식물 식구들이 살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가족이 모두 나간 뒤 오는 평화로움 속에서 초록잎이 반짝인다. 식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분갈이나 뿌리내리기, 물꽂이, 삽목, 씨앗 발아 등 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내 인생의 작은 기쁨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트나 식물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식토는 일반 흙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화분의 흙이 자주 마르면 어떡하지? 언제 물을 주어야 할까? 매일 아침 마주하는 식물들에게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미니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접하게 된 책,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안드레아스 바를라게>에서 몇 가지 궁금증을 해결에 보고자 한다.

 

우리집에서 분갈이를 기다리며 폭풍성장하고 있는 나한송

부식토가 뭘까?

 부식토는 토양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어느 정도 분해된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다. 부식토층은 기본적으로 토양의 맨 위층이다. 이 층은 공극의 비율이 높아 푹신하고 비교적 산소가 풍부하여 어두운 색을 띤다. 토양에 들어있는 유기물의 비중이 높을수록, 그리고 토양 미생물(토양 내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총체)을 위한 조건이 양호할수록 부식토층은 더 두꺼워진다. 원예에서는 멀치(Mulch, 잡초가 자라거나 땅의 수분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식물 주위에 뿌리는 짚단, 낙엽, 나무 부스러기 따위의 층)라고 한다. 부식토는 유지되지 않고 계속 사라지므로 유기물이 계속 토양에 보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토양 시스템이 생태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삼림 내에서는 이런 순환이 보장된다. 식물이 매년 만들어내는 물질이 기본적으로 다시 토양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원예 재배지의 경우, 이를테면 수확으로 우리가 빨리 상당량의 유기물을 빼앗아 가버린다. 그러므로 우리가 직접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 즉 수확 후의 잔여물이나 가공 후의 쓰레기를 퇴비화하여 토양에 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음식 쓰레기나 착즙 후의 찌꺼기를 이용해도 좋다. 또 적절한 거름주기로 부족한 영양분이 없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거름은 왜 줘야 할까?

 토양이 공급해주는 모든 것은 다시 그 토양에 공급되어야 한다. 식물에 맞는 제대로 된 거름을 주는 일은 얼핏 초점이 식물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실 초점은 토양에 맞춰져 있다. 그 토양을 우리가 돌보고 가꾸는 것이다. 식물은 똥이나 톱밥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분해된 산물을 먹는다. 부차적이기는 하나 유기질 비료는 토양 속 생명체에게도 영양분을 제공한다. 무기질 비료는 토양 속 생명체에게는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 득을 보는 것은 식물뿐이며 토양 생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원에 광물성 비료를 주는 것은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어떤 식물이 급성 영양결핍에 빠져 있을 때에만 적합한 일이라는 말이다. 위기에서 구조한 직후에는 한참 뒤에 작용하는 유기질 비료로 장기적인 영양 공급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즉 수십억의 토양 내 생명체들에게 풍성한 뷔페를 한 상 차려줌으로써 사죄해야 하는 것이다. 이어서 왜 그 식물들이 굶주려야 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토양을 정성 들여 가꾸다 보면 대개 참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식물이 물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까?

 식물이 말라 시들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그러면 이미 너무 늦는다. 식물은 자기 잎 모양을 통해 물을 충분히 공급받았는지 아닌지를 보여준다. 잎이 좀 시원찮다 싶으면 이미 물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식물을 정확히 관찰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흙을 체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손가락 테스트를 통해 땅이 너무 마른 건 아닌지, 아니면 너무 축축한 건 아닌지 확인한다. 땅이 과도하게 젖어 있을 때와 말라 있을 때 우리 눈에 보이는 증상은 동일하다. 건조하다는 것은 식물에게 줄 물이 토양 또는 기질 속에 전혀 또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습하다는 것은 뿌리가 무기력해져서 더 이상 물을 공급해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현상은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식물들이 보급품을 받지 못해 그 세포의 팽압이 내려가는 것(말라 시든다는 것)이다. 말랐을 때는 물만 조심스레 주면 되지만, 젖은 상태는 회복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두 경우 다 식물에 해를 입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번 완전히 젖은(과습) 나무는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개 가지치기를 하거나, 화분식물의 경우 분갈이를 한 다음 조심스럽게 다시 심어주어야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식물이 어느 정도의 물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방법에는 싹트는 단계, 과육 형성, 보드랍고 큰 잎 경우 물을 조금 더 충분히 주고 딱딱하고 작은 잎, 단단하고 튼실한 싹에 반짝이는 밀랍이 쓰이거나 겨울 휴식기에 낙엽이 진 경우에는 마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책을 읽으며 나의 베란다 친구들 중에 과습으로 말라죽은 경우와 발아 과정 중에 갑자기 성장을 멈추고 죽어버린 씨앗들이 떠올랐다. 지금도 물꽂이로 살아남은 작은 화분 속 아이들은 잘 자라다 갑자기 시들려고 하는 조짐이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과습으로 인해 시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서 배운 대로 분갈이를 통해 적정한 토양에 다시 숨 쉬고 살아나길 바라본다. 식물의 건강은 작은 화분 속 토양에 많은 것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적절한 햇빛과 바람도 중요하지만 잠시 소홀히 생각했던 화분 속 토양의 건강은 안녕하신지 간간히 체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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