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의 대화법

우리나라의 나무, 잣나무

아타카_attacca 2022. 5. 3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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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를 생각해보니 단연 소나무이며, 실제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나무는 소나무라고 한다. 최근 잦은 산불로 인해 소나무가 화재의 주범으로 오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잠시 찾아보니 소나무는 산불을 유발하지 않으며 오래전 한반도의 동해안 지역 같은 경우는 원래 산불이 잘 일어나는 지형적 위치이며 대개 그러한 지형은 바람이 세고 건조하거나 지력이 약해 활엽수종이 잘 자라지 못하고 침엽수종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좋아하고 널리 장려하고 관리해 왔다고 한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모양 비슷하여 함께 자라도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것은 "잣은 오로지 우리나라 잣나무에만 달린다."는 것이다. 흥미가 생겨 찾아보니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이라는 책에 전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잣나무 (사진출처 flickr)

고고한 선비의 기상

방랑 시인 김삿갓은 금강산을 둘러보고 그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소나무 잣나무 울창한 바위를 돌아가니 / 산과 물 보는 곳마다 신기하네"라고 노래했다. 잣나무는 따뜻한 남쪽나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금강산을 비롯한 북한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대표적인 우리의 특산 나무이다. 학명에 코레이언시스(Koraiensis)라는 이름이 포함되어 있으며, 중국에서는 신라송, 일본에서는 조선 오엽송, 그리고 서양에서는 코리안 파인(Korean Pine)이라 불린다.
잣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북부지방에서 시작하여 만주의 동북쪽에 걸쳐 있으며, 중국 본토에는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당나라로 유학 가는 신라 사람들은 선물용으로 또는 학비에 보태기 위해 잣을 가지고 갔다. 중국에서는 처음 보는 수입 농산물인 이 잣을 보고 바다를 건너왔다고 해서 해송(海松), 신라인들이 많이 가져왔다고 해서 신라송이라 불렀다. 잣나무의 한자 이름은 백(栢)이다. 이것은 측백나무를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중국 문헌에 나오는 백은 만주 북주에 자라는 잣나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측백나무로 새겨야 할 것이다. 잣나무는 황하 유역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송백(松栢)이라면 소나무과 잣나무를 말함인데, 늘 푸르고 변함이 없어서 고고한 선비의 기상에 비유된다.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효성왕이 아직 왕이 되기 전에 어진 선비 신충과 함께 대궐 잣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다가 말하기를, '뒷날에 내가 만일 그대를 잊는다면 저 잣나무가 증인이 될 것이다'하니, 신충이 일어나서 절을 했다. 그러나 몇 달 후에 그가 왕위에 올라 공신들에게 상을 줄 때, 신충을 잊고 차례에 넣지 않았다. 이에 신충이 원망하는 시를 지어 잣나무에 붙였더니, 그 나무가 갑자기 말라버렸다. 왕이 이를 보고 신충을 불러 벼슬을 주자 그제야 잣나무가 살아났다." 고 한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잣나무를 많이 심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8년(1408)년 건원릉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두루 심으라고 한 것을 비롯하여, 성석린이 남산에다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자고 건의했다. 세종 31년(1449)년 효행이 뛰어난 선비를 칭찬하는 내용 중에 그 아비가 죽게 되어 잣나무를 얻어다 관을 만들어 장사를 지냈다 하였으며, 선조 26년(1593)에는 임진왜란에 참전한 명나라 장수 셋이 총에 맞아 병세가 위중할 때 모두 잣나무로 짠 관에 시신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기록이 있다. 곧게 자라는 잣나무는 목질이 좋아 예부터 널리 쓰였으며, 해인사 팔만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수다라장 기둥의 일부로도 이용하고 있다.

소화기능 개선과 원기 회복에 좋은 잣죽 (사진출처 flickr)

신선들의 간식

우리 조상들은 잣을 건강식품으로 여겼다. 영조 33년(1757) 박필기라는 사람은 벼슬을 그만둔 뒤에 집안에만 있으면서 잣나무 열매를 먹었는데, 강건하고 병이 없어서 나이 80살이 넘어서야 죽었다고 한다. 숙종 29년(1703)년 갑산에 흉년이 심하게 들었을 때고 사람들은 천막을 쳐놓고 잣나무 열매를 따먹으면서 살았다 한다. 또 명종 14년(1559)의 기록을 보면 "다른 곳에서 나는 잣보다 안동 봉정사 근처에서 나는 것이 좋아서 그것만을 진상받았다."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잣을 해송자(海松子)라고 하여 피부를 윤기 나게 하고 오장을 좋게 하며, 허약하고 여위어 기운이 없는 것을 보한다."라고 밝혀두었다.


실제로 잣은 레티신과 마그네슘, 비타민 E의 함량이 뛰어난 식품으로서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되어 있어 자양강장과 혈행 개선,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소화 불량이나 위염을 겪어 위가 약해져 있는 경우 잣을 섭취 하며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위가 많이 약해져 있는 경우 잣죽을 먹으면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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