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의 대화법

향기를 가진 약초 샤프란과 라벤더

아타카_attacca 2022. 5. 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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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오일 테라피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평안과 숙면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이자 생활이 되고 있다. 나도 기분이 우울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아로마 오일이나 인센스 스틱으로 기분 전환을 하곤 한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있을 때도 유칼립투스나 페퍼민트 오일을 손수건에 몇 방울 떨어트려 머리맡에 놓거나 목에 두르는 손수건에 몇 방울 떨어트려서 자연적으로 숨쉬기 편해지도록 하는 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민간의 인기 치료제로 사용되어오다가 현재는 세계에서 애용하는 비싼 향신료가 된 사프란과 라벤더, 이 두 식물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사자의 약초 사프란

사프란은 완벽하게 좌우 대칭을 이룬 꽃망울을 틔운 후 뾰족한 초록 잎을 땅 위로 밀어 올리는 매혹적인 알줄기 식물이다. 이 꽃은 중국 전통의학에서부터 쌀에 색을 입히고 피륙에 염색을 하는 데까지 인간이 활동하는 여러 분야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 일류가 사프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위는 니콜라스 켈페퍼가 1653년 애 펴낸 <약용식물 전집>에서 간략하게 밝힌 바가 있다. "이 꽃에는....(중략) 길쭉하면서 끝이 동그스름한 보라색 꽃잎 여섯 장이 달리는데 이 꽃잎은 가운데에 자리한 불꽃처럼 붉고 노르스름한 빛깔의 수술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을 채집해 전용 건조실에서 조심스럽게 말린 후에 만든 사각형 덩어리가 바로 상점에서 파는 사프란이다." 사프란을 얻는 과정 중에서 주목할 점은, 이 식물의 동력원인 노랗고 빨간 암술을 손으로 직접 뽑아 말린 후 그래도 혹은 분말 형태로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암술은 꽃마다 오직 세 개만 나오기 때문에 소량의 향료를 만드는 데도 많은 수의 꽃이 소비된다. 그래서 사프란 1kg을 만드는데 약 15만 송이의 꽃이 필요하다.

사프란 꽃은 9월에 피지만 잎은 봄이 되기전까지 자라지 않는다. (사진출처 flickr)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사프란은 적당한 양을 섭취하면 소화를 촉진하고 고혈압을 낮춰주며 월경과 혈액순환을 활성화한다. 또한 케이크와 주류의 맛을 내는데도 첨가되며 로마시대에는 공지 정화를 위해 건물이나 주거지의 바닥에 살포하는 약초로 쓰이기도 했다. 처음 재배된 후 약 3,500년이 지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향신료인 사프란은 본래 사프란 월든과 케임브리지 사이에 놓인 케인브리지셔에서 많이 자랐으나 농부들이 옥수수와 감자 같은 신작물을 집중적으로 심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의 사프란 시장 또한 단명하게 된다. 현재는 카슈미르와 스페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되며 현지의 농부들에게 경제적 이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체 작물로 그 의의가 있다.

불꽃을 일으키는 식물, 라벤더

프로방스 숲 지대의 뜨거운 바위틈과 척박한 토양에서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징정한 지중해의 식물 라벤더는 영국 시골 정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식물이 되었다. 로마인이 라틴어의 라베레(lavare, 목욕 또는 씻다)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인 라벤더는 훗날 향수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자산이 되었다. 라벤더는 꽃이 피기 직전에 꽃대를 잘라 지중해의 햇살 아래에서 말리면 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라벤더에서 흔히 연상되는 나른한 느낌과 짙은 향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 식물에는 불길을 일으키는 재주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칼립투스처럼 체내에 휘발 성분이 가득한 지중해의 몇몇 종은 불볕더위 속에서 자연 발화를 일으켜 근처의 초몰을 태우고 황무지에 불길을 퍼뜨리기도 한다. 이렇게 불이 나야 라벤더의 씨는 싹이 튼다. 그래서 이 종류를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이들은 밭에 이른바 '스모크 워터'를 뿌려 발아를 촉진한다. 은빛 잎사귀와 흰색 또는 파란색 꽃이 달리는 라벤더는 뿌리를 제외한 모든 부위에서 기름을 생산한다. 길고 가느다란 잎과 천연유는 한여름의 한받에서 식물의 생존을 돕고 대다수의 초식동물의 식욕을 억제해 야생 라벤더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곳곳에서 풍기는 자극적인 향은 꽃가루 매개충을 유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라벤더 꽃에 모여드는 벌 무리는 맛과 향이 매우 진한 꿀을 생산한다.)
요리 재료와 약초로 이름을 날린 라벤더는 각종 초본서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를 비롯해 7세기부터 지중해 지역에서 의학분야를 이끌었던 아랍 세계까지 모든 문명이 이 식물을 이용했다. 전통적으로 세탁소 근처에 재배되어 건물의 바닥에 흩뿌리는 향초로 이용되었던 라벤더는 살충제로도 이름을 날렸다. 12세기 독일 빙엔의 힐데가르트 수녀원장은 이 식물이 벼룩과 머릿니를 제거하는데 탁월하다고 기록했고 77년에 <약물학>을 저술한 디오스코리데스는 화상과 각종 상처에 효험을 나타내는 라벤더의 약효에 대해 글을 남겼다. 로마 시대부터 피비린내 가득한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 사람들은 라벤더를 유익하게 사용해왔다.

현재 라벤더는 많은 곳에서 상업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사진 출처 flickr)

라벤더의 향기

이 식물이 진정으로 중요한 역학을 담당한 분야는 바로 향수 제조 업체였다 1709년 이탈리아인 조반니 마리아 파리나는 미량의 라벤더를 섞어 만든 향수에 그가 새로 정착한 도시의 이름은 쾰른을 붙였다. 종류가 약 28가지인 라벤더는 품종마다 추출되는 정유의 양과 질이 천차만별이며 방향유는 다양한 라벤더를 혼합해서 만들어진다. 라반둘라 앙구스티 폴리아는 길이가 800미터에서 1,300미터 정도인 밭에서 생산되며 최상급 정유를 생산하며 저지대에서 자라는 라반둘라 라티폴리아의 생산략은 아구스티 폴리아보다 세 배정도 많지만 질은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이 둘의 교배종인 라반둘라 인테르 메디아는 앞서 언급한 종들보다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재배되며 생산되는 기름의 질 또한 더욱 낮다.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공기 중에 향을 채우기 위해 향료를 태웠고 그들이 태웠던 천연 향료와 향수는 19세기에 이르러 화학 합성 향수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합성 향수는 품질 면에서 라벤더 정유와 결코 비교 상대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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